경험담

펫로스 증후군, 슬픔을 견디는 시간: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마음 돌보기

라떼타르트 2025. 4.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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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예고도 없이 강아지를 얼떨결에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고
2023년 예고도 없이 강아지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2023년 12월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잔인한 날이었다.
 
3일 전만 해도 간식을 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교를 부리던 내 동생은
그 다음날 아침 갑자기 쓰러졌고,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작은 상처나 다리 수술 등으로 입원을 자주 해왔지만,  병 하나 없이 건강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금방 퇴원할거라 생각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내 동생이 호흡을 하지 않는다고, 빨리 와보라는 것이다.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하던 일도 다 접어두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차가 너무 막혔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제발 아무일 없기를... 제발...제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올라갔고, 우리 강아지를 찾았다.
면회했던 어제만 해도 손을 핥아주던 내 동생이 복잡한 기계들을 온 몸에 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다시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건 절대 현실이 아니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동물병원 간호사, 의사가 왔다갔다 하는 그 치료실에서
나는 두시간이 넘도록 우리 강아지를 껴안고 꺼억꺼억 울어댔다. 
 
혼자 강아지를 안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 머리, 귀, 코 다 어루만졌다.
살아 돌아올것만 같아서... 나랑 며칠전만 해도 잘 놀았잖아. 팔베개 하고 같이 잠도 잤잖아.
모든게 믿어지지가 않았고, 꿈인 것 같았다.
화장 하는 내내 의자에 얼굴을 묻고 울고 또 울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목소리도 안나왔다.
 
모든게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뛰어나와야 할 애가 없으니까 미칠 것 같았다.
전부 다 그대로인데 왜 너만 없는건지.. 푹신한 방석, 장난감, 밥그릇 다 있는데.. 너는 어디간거야.
 
퇴근을 하면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우리 강아지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밖으로 나가는것도 싫었다. 온 동네 구석구석... 함께 하지 않은 공간이 없어서..
어디를 가도 생각이 나고 그리웠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거짓말 안하고 8~9개월은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던 것 같다.
회사 화장실에서 울고, 걸어가다가 울고, 차타고 가면서 울고...
내가 뭘 놓쳐서 가버린걸까... 내가 뭘 잘못한걸까.. 죄책감에 눈물이 끊임없이 났다.
 
매일매일 사후세계에 대해 찾아보았고, 나중에는 더 나아가 우주관련 영상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날 수 있기는 한걸까..
 
너무 고통스러워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도 찾아가봤다.
약을 먹으니 잠은 왔지만, 마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찾아보니 이런게 펫로스 증후군이란다. 펫로스 증후군 책을 있는대로 다 읽었고,
유투브 영상도 다 찾아봤고, 정신과 의사 영상도 모조리 다 보았다.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 이런걸까..
하루에도 수십번 사랑한다고 예쁘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그런 존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만질 수도 없고, 착한 눈망울을 볼 수도 없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사는 게 사는게 아니었다. 
 
강아지의 삶이 길지 않다는거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 몰랐다. 
장수견의 비법을 찾아보며, 늘 건강식으로 먹였고 산책도 비올 때 빼고는 다 시켰다.
막연하게 오래 살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어쩌지 못하는 운명이라는게 있는 걸까?
 
마음이 괴로울때마다 법륜스님 영상을 본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나아질 거 
나중에 괜찮아지겠어요? 지금 괜찮아지겠어요?
 
그게 말이 쉽지. 엄청 어렵다. 슬퍼죽겠는데 어떻게 괜찮아져요? 묻고 싶었다.
하지만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강아지를 보낸지 1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8개월은 매일매일 울었고,
그 이후에는 이틀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이런 식으로 눈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슬프지 않다는건 절대 아니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도 울고 있다.
그 날을 기억에서 꺼내면 똑같이 아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에 영원히 사는 생명은 없다. 나도 반드시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고
우리 강아지가 먼저 갔을 뿐이다. 
'천사같은 너.. 착하디 착한 너..순수하기만 했던 너..
그런 너는 내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뛰어놀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며 쭉 살거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으며 도움이 가장 많이 되었던 건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위로는 해주어도 100프로 우리의 마음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반려동물 카페에 들어가 내 이야기를 써서 올렸고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반대로 나도 댓글로 위로해 주었다. 
글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언젠가 꼭 만날 수 있을것만 같고 내 마음이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평생을 책임져주고,
따뜻한 밥을 빠짐없이 챙겨주고, 피곤해도 놀아주고 산책시켜주며 보살펴주었다.
그런 보호자를 만난 애기들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다가 떠난거다.
그러니 죄책감은 갖지 말고 6개월만 슬퍼하자. 
더 짧은 기간이면 더 좋고... !
모든 분들의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
최선을 다했고, 우리 아이들은 인간도 평생 받지 못하는 사랑을 듬뿍 받고 갔다.
적어도 펫로스 증후군을 찾아본 보호자와 함께 살았으면 말이다. 
 

공주들이 지켜주고 있는 우리 강아지

 

아기때 우리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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